이나라
(Na Ra Lee)
12
김소진
(So Jin Kim)
1*
-
국립문화유산연구원 보존과학연구실
(1Conservation Science Division, National Research Institute of Cultural Heritage, Daejeon,
34122, Republic of Korea)
-
건국대학교 일반대학원 회화학과
(2Department of Fine Arts, Konkuk University Graduate School, Chungju, 27478, Republic of Korea)
Copyright © 2025 The Korean Institute of Metals and Materials
Key words
Large Buddhist Paintings, Green pigment, Copper chloride compounds, Malachite, Crystalline phases
1. 서 론
우리나라 사찰이나 궁궐과 같은 고건축의 단청과 벽화, 불화 등 문화유산 채색에는 다양한 무기 안료가 사용되었다. 안료는 토양, 암석, 패각 등 천연물을
분쇄하거나 정제한 천연 무기안료와 금속 및 광석광물과 같은 무기물질을 인공적 으로합성한 인공 무기안료, 식물이나 동물에서 색 원료를 추출하여 안료화한
유기안료로 구분된다[1]. 문화유산에서 확인되는 대표적인 천연 무기안료로는 적색 계열의 주사와 석간주, 녹색 계열의 뇌록과 석록, 청색 계열의 석청 등이 있다. 이들 안료는
원료광물을 채굴한 후 파쇄 및 분쇄하여 만든 것으로, 입자의 모양이나 크기가 불규칙하며 불순물 함유 여부에 따라 색상이 다르고, 견고하며 안정성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2,3]. 인공 무기안료로는 납을 이용해 인공적으로 제조한 연백, 연단, 밀타승과 구리를 이용한 동록, 코발트 광물을 이용한 회청 등이 있다.
이 중 채색 문화유산에서 가장 빈번하게 사용이 확인되는 안료는 녹색 계열의 안료이다. 녹색 안료의 사용은 조선왕조실록(朝鮮王朝實錄), 승정원일기(承政院日記),
의궤(懿軌) 등의 문헌에서 석록(石碌), 뇌록(磊綠), 하엽(荷葉), 양록(洋碌), 동록(銅碌) 등의 명칭으로 찾아볼 수 있다. 그 중 구리 계열
안료인 석록과 동록은 불화, 초상화 등의 회화 제작에 사용되었다. 구리 계열 녹색 안료는 탄산염 계열와 염화동 계열로 구분된다. 탄산염 계열의 안료는
공작석(malachite, CuCO3·Cu(OH)2)을 기반으로 한다. 석록이라고도 하며 구리와 탄산염이 풍부한 구리광산에서 2차적으로 변질 혹은 풍화되어 생성된다[3]. 염화동 계열은 광물인 녹염동석(atacamite, Cu2Cl(OH)3)을 파·분쇄하여 제조한 천연 무기안료와 청동판 등을 부식시켜 제조한 인공 무기안료인 동록으로 구분된다.
문화유산에 사용된 녹색 안료와 관련된 기존 연구는 주로 전통 녹색 안료를 분석하여 규명하는 것[4-8]에 초점을 두고 있다. 또한 문헌 기록을 통해 안료의 산지를 파악하고 원료를 채취하여 광물의 광물학적 특성을 평가[9-11]하거나 시판되는 녹색 안료의 물성을 연구한 사례[12,13]도 존재한다. 근래에는 전통 가공기술로 뇌록과 동록을 재현하여 특성을 연구[3,14-17]하고 전통 안료의 소성 조건이나 열화에 따른 특성 변화 연구[18,19], 합성 안료인 구리 비소 안료에 대한 연구[20,21] 등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이와 같이 녹색 안료에 대한 연구는 문화유산에 사용된 안료의 규명과 원료 광물에 대한 분석, 전통제법을 적용한 안료
제조 및 특성 분석이 중심이며 문화유산에 사용된 구리 계열의 녹색 안료가 천연 안료인지, 인공 안료인지에 대한 연구는 아직 미비한 편이다.
따라서 본 연구는 17~19세기에 제작된 대형불화에 사용된 녹색 안료의 제조 특성을 확인하고자 한다. 대형불화는 대규모 야외 불교의식을 위해 조성되었으며,
10 m 정도의 길이에 폭도 6 ~7m에 이르는 큰 규격으로 제작되는 것이 특징이다. 대형불화는 당시의 회화와 채색 기법 등이 반영되어 있으며 제작연도가
확실하다는 장점이 있다[22,23]. 채색은 주로 적색과 녹색을 기본색으로 사용하였으며 녹색은 본존의 광배, 의복, 운문, 장식이나 문양 등 광범위하게 사용되었다. 대형불화에 사용된
녹색 안료를 비파괴 분석으로 식별하고 안료의 결정상, 입자 형태 및 화학 조성을 확인하여 녹색 안료의 사용 경향과 제조 특성을 고찰하여 천연 무기안료인지,
인공 무기안료인지 구별하고자 하였다.
2. 연구 대상 및 방법
본 연구의 대상은 17~19세기 조선시대에 제작된 국가지정문화유산 대형불화 32점이다(표 1). 대형불화의 명칭은 소장하고 있는 사찰명으로 축약 표기하였으며, 제작 시기 순서에 따라 G01부터 G32로 명명하였다. 대형불화에 사용된 녹색
안료를 동정하고 유형을 분류하기 위하여 성분 분석을 실시하였다. 휴대용 X-선 형광분석기(Handheld X-ray Fluorescence Spectrometer;
DELTA, Olympus, USA and Tracer5i, Bruker, DEU)를 이용하여 비파괴 성분 분석을, 휴대용 현미경(Portable
Digital Microscope; DG-3x, Scalar, JPN)으로 안료 입자의 형태, 크기 등을 관찰했으며 색차계(Spectrophotometer,
X-rite, US/SP62, USA)를 사용하여 녹색 채색 지점의 색상을 수치적으로 측정하였다. 이 때 표준 광원은 D65, 시야각은 10°, 분석
면적은 14mm로 측정했으며 CIE L* a* b* 값으로 나타냈다. 녹색 안료의 재료학적 특성을 확인하기 위해 비파괴 성분 분석 결과가 확보된 녹색
지점 중 박락된 안료 시편을 이용, 정밀 분석을 수행했다. 광물 결정상 분석은 X선 회절 분석기(X-ray diffraction; Empyrean,
Malvern Panalytical, NLD)를 이용, Cu target으로 45 kV, 40 mA 조건에서 scan speed를 0.02° 로 하여
5 ~60° 범위를 분석하였다. 라만 분광 분석(Raman Spectrometer; Shamrock 500i, Andor Technology, UK)은
532 nm, 600 grating 조건에서 3회 반복 측정했다. 또한 주사전자현미경(Scanning electron microscope; JSM-IT300,
Jeol, JPN)으로 입자 형태를 관찰했다. 주사전자현미경에 부착된 에너지분광분석기(Energy dispersive X-ray spectroscopy,
X-MAXN, Oxford, UK)로 검출되는 원소에 대한 정량 분석을 실시하고, 분석 결과를 종합적으로 비교 검토하였다.
3. 연구 결과
녹색은 대형불화 내 본존의 광배 및 의복 등에 채색되어 있으며 녹색 안료만 단독으로 사용하거나 명도를 조절하기 위해 백색 안료와 혼합하여 사용되었다.
안료의 사용 경향을 파악하기 위해 녹색이 채색된 480지점에 대한 비파괴 성분 분석을 실시한 결과, 모든 분석 지점에서 Cu가 검출되었다. 이를 통해
구리 계열의 녹색 안료를 사용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일부 지점에서 Cl 또는 Pb가 확인되었다. 이에 Cu와 함께 검출된 원소에 따라 분석 결과를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하고, 유형별 수량을 표 2에 정리하였다. Cu와 함께 Cl이 검출되는 A 유형은 녹색, 청록색 또는 진한 녹색 등을 띠며 비교적 크고 불규칙한 입자 형태가 관찰되었다. B
유형은 Cu, Cl과 함께 Pb가 검출되며, 백록색과 같이 비교적 연한 녹색을 나타낸다. 특히 Pb의 검출 함량이 A와 C 유형에 비해 높았으며 현미경
사진에서도 녹색 안료 입자와 백색 입자가 혼합된 것이 관찰되어 Pb는 연백(2PbCO3·Pb(OH)2)과 같은 납 계열의 백색 안료에서 기인된 것으로 추정했다. C 유형은 Cu만 검출되며 연녹색을 띤다(그림 1). 대형불화 32점 내 녹색이 채색된 480지점에 대한 안료의 유형별 사용 비율을 확인한 결과, Cu와 함께 Cl이 검출되는 A 유형 안료는 61.9%로,
가장 높은 사용 비율을 나타냈다. Cu와 함께 Cl, Pb가 검출되는 B 유형의 안료는 30.8%를 차지했으며 Cu만 검출되는 C 유형의 안료는 7.3%로
낮은 사용 비율을 보였다. 안료의 유형별 평균 색도를 비교한 결과, A 유형의 색도 값은 L* 46.8, a* -14.1, B* 12.5로 확인되었다.
B 유형은 색도 값이 L* 59.8, a* -8.5, B* 14.6이었으며 C 유형은 L* 58.6, a* -19.6, B* 13.9의 색도 값을
보였다. 색도 값에서 L*은 명도로 0~100까지 표시되며, 값이 클수록 백색, 낮을수록 흑색에 가까운 것을 의미한다. 채도를 나타내는 a*와 b*는
+a* 가 적색, -a* 는 녹색, +b*가 황색, -b*가 청색을 나타낸다. B 유형의 녹색 안료는 다른 유형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색도의 분포 범위가
넓었으며 a* 값이 “-” 방향으로 낮은 것으로 보아 옅은 녹색을 띄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옅은 녹색을 보이는 B 유형의 녹색 안료는 Cu 외에
Cl과 Pb가 검출된 것으로, 색도와 성분 분석을 통해 납 계열 백색 안료가 혼합된 것으로 판단하였다(그림 2).
성분 및 색도 분석을 통해 납 계열의 백색 안료가 혼합된 B 유형은 제외하고 Cu와 Cl이 함께 검출된 A 유형에서 수습한 안료를 ‘a’, Cu만
검출된 C 유형에서 수습한 안료를 ‘c’로 분류하여 광물 결정분석을 실시하였다(표 3). a 그룹 안료의 주요 광물상으로는 botallackite와 atacamite 가 동정되었다. 일부 시료에서는 atacamite 단독의 회절 패턴이
확인되었으나, 대부분의 시료에서 두 광물이 혼재된 회절 특성을 나타냈다. 특히 2θ ≈ 15° 및 37° 부근에서 나타나는 강한 회절 피크를 통해
botallackite를 명확히 식별할 수 있었다. 이 외에도 kapellasite, mushistonite 등의 기타 화합물이 일부 확인되었다.
c 그룹 안료의 주요 광물상으로는 malachite로 동정되었다(그림 3).
그룹별 안료의 입자 형태 및 화학 조성을 확인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a 그룹은 10 μm 내외의 구형 입자들이 응집된 형태가 주를 이루며, 입자
표면이 매끄럽게 확인되었다. 일부 시료에서는 각진 결정형(crystalline) 구조도 관찰되었다(그림 4). 화학 조성 분석 결과, Cu는 61.3-77.6 wt.%, Cl은 15.1-22.9 wt.% 범위로, 모든 안료에서 유사한 조성 을 보인다.
기타 원소 평균 함량은 약 6.5 w t.% 내외이며, Pb, Sn 등이 불순물로 확인되었다(표 4).
c 그룹은 입자 크기가 다양하며 판상(platy)이나 침상(prismatic) 결정들이 불규칙하게 응집된 형태 또는 바늘형(needle-like)
결정들이 평행하게 배열된 형태를 보인다. 또한 결정면이 뚜렷하지 않은 미세 입자들이 혼재된 구조도 관찰되었다(그림 5). EDS 분석 결과, Cu의 함량이 93.4-99.1 wt.% 범위로 확인되며, 주요 성분으로 Cu가 집중되어 있음을 보여준다(표 5).
화학 성분 및 광물 결정상 분석 결과를 종합한 결과, a 그룹의 안료는 Cu, Cl을 주성분으로 하는 atacamite와 botallackite가
동정되어 염화동 계열(copper chloride compounds)로 판단되며 c 그룹은 Cu 기반의 탄산염 광물인 공작석(malachite)으로
해석된다. 또한 라만 분석 결과, 119, 149, 511, 822, 911, 977cm-1에서 atacamite의 피크가, 251, 279, 324, 401, 503cm-1에서 botallackite, 155, 178, 217, 268, 354, 433, 538, 599, 1085cm-1 부근에서 malachite의 특성 피크들이 확인되었다(그림 6)[24-27].
분석 결과를 토대로 녹색 안료의 사용 양상과 시기를 비교한 결과, 염화동 계열 안료는 대형불화 제작 시점인 1622년부터 19세기까지 지속적으로 활용되었으며
탄산염 광물인 공작석은 주로 18세기 이후의 대형불화에서 사용이 확인된다(그림 7).
염화동 계열 녹색 안료는 광물인 녹염동광에 기반한 천연 안료와 구리 합금을 인위적으로 부식시켜 만든 염화동 화합물(동록)이 존재하나, 성분 및 결정구조
분석 등을 통해 명확히 구분되지 않는다[13,16,28]. 염화동 계열 녹색 안료는 동일한 화학조성(Cu2Cl(OH)3)을 가지지만, 결정 구조와 열역학적 안정성이 다른 atacamite, botallackite, clinoatacamite 등의 동질이성체로 구성된다.
이들은 금속 부식 생성물이나 변형 생성물로 형성될 수 있다. 건조한 기후의 금속 광석 산화대에서 발생하며, 이 중 botallackite 는 자연계에서
드물게 확인된다. 이는 오스트발트 단계 법칙(Ostwald‘s step rule)에 의한 것으로, 결정화 과정에서 열역학적으로 가장 안정한 상이 즉시
형성되지 않고 상대적으로 덜 안정한 준안정 상이 우선적으로 생성된 뒤, 시간이 경과하거나 반응 조건이 변화함에 따라 점차 안정성이 높은 상으로 전환된다[30,31]. Pollard 등(1989)의 연구에 의하면 botallackite는 다양한 합성 조건에서 결정화 초기에 우선적으로 형성되는 상으로 확인되었다.
이는 botallackite의 수소 결합의 강도가 clinoatacamite의 강도보다 낮아 안정성이 낮기 때문이다(그림 8). 또한 botallackite는 동질이성체 중 열역학적으로 가장 불안정하여 반응 조건이 유지되면 atacamite 등과 같은 보다 안정한 상으로
재결정화되므로, 일반적인 자연 조건에서는 장기적으로 보존되기 어려운 일시적인 중간 생성물로 간주된다[32]. 하지만 본 연구에서 botallackite가 우세하게 동정된 것은 기존의 열역학적 안정성 순서와 상이한 결과로, 안료의 보존 환경이나 제조 조건과
밀접한 관련이 있을 수 있다. botallackite의 우세는 botallackite에서 atacamite로의 상전이가 완결되지 않았거나 전이 속도가
지연된 상태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당 시료가 재결정화를 유도하지 않는 특수한 환경 조건, 예를 들어 재결정될 시간이 없었거나 botallackite가
형성된 직후 주변 환경이 건조되어 재결정이 일어나지 않았을 경우를 의미한다[33]. 또한 불순물로 혼입된 원소 혹은 미량으로 혼합된 원소에 의해 각 상들의 상대적인 열역학적 안정성 차이가 발생했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기존 선행 연구에서 구형의 입자 형태와 결정 중심부에 존재하는 어두운 점을 천연 광물 안료와 구별되는 인공 합성 안료의 지표로 제시하였다[33,34]. 대형불화에서 확인된 염화동계 녹색 안료의 형태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구형 입자들이 응집된 형태이며 일부 각진 결정이 확인된다. 또한 형태학적
특징 외에 Sn, Pb 등의 원소가 함께 검출된 경우 청동 재료를 활용한 인공 부식으로 형성된 안료임을 뒷받침하는 화학적 근거로 간주되었다[31]. 본 연구 결과에서도 Pb과 Sn이 확인되는데 Pb의 존재는 두 가지 가능성으로 해석될 수 있다. 첫 번째는 납 계열 백색 안료인 연백이 주변부에서
혼입되었을 가능성이다. 회화에서 명도 조절을 위해 납 계열 백색 안료인 연백을 사용하며, 대형 불화의 경우 보관하기 위해 마는 과정에서 주변의 연백이
불순물로 혼입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연백이 불순물로 혼입되었을 경우, 연백 안료의 입자나 결정이 확인되어야 한다. 그러나 본 연구의 a그룹에서는 연백을
구성하는 결정상인 cerussite(PbCO3) 또는 hydrocerussite(Pb3(CO3)2(OH)2)가 검출되지 않았다. 두 번째는 납을 포함한 청동판을 인공적으로 부식시켜 제조한 염화동 화합물(동록)에서 기인했을 가능성이다. 대형불화에서 확인된
구리 계열 녹색 안료가 천연 안료인지 합성 안료인지 확인하기 위해 시판 합성 염화동 안료와 형태학적, 화학적 특성을 비교하였다. 합성 염화동 안료의
경우 atacamite가 동정되었으며 표면이 매끄러운 구형 입자와 각진 입자가 혼재된 형태로 관찰되었다. EDS 분석 결과, Cu 65.4wt.%,
Cl 13.3 wt.%, Pb 7.8 wt.%, Sn 6.7 wt.%가 검출되었으며 Pb와 Sn은 대형불화 분석 시료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함량을
나타냈다. 대형불화에서 사용된 녹색 안료 분석 시료 중 G05-a는 Sn의 함량이 비교적 높았으며, atacamite와 함께 mushistonite((Cu,Fe)Sn(OH)6)가 동정되었다. 해당 안료는 불규칙하고 각진 형태의 입자 구조를 보였으며 Cu, Cl, Sn, Pb이 주요 성분으로 검출되었다. EDS 맵핑 분석에서는
Sn이 입자 전반적으로 Cu와 Cl과 함께 균일하게 분포하는 경향이 관찰되었다(그림 9).
안료 입자 형태와 화학 조성만으로 천연 광물성 안료인지, 합성 안료인지 구분하기 어려우나 Cu, Cl과 함께 검출된 Pb, Sn 등의 성분을 미루어
대형불화에서 확인된 녹색 안료는 청동의 부식 과정에서 이차적으로 형성된 염화동 화합물일 가능성을 제시한다. 특히 천연의 광물성 안료에서 보이는 깨짐,
결정성 등의 형태가 관찰되지 않으며 상전이 광물상이 혼재되어 있어, 자연적 풍화보다는 염기성 환경에서 염화 이온(Cl⁻)의 작용에 의해 유도된 인위적
부식 조건을 반영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러한 염화동 화합물의 제조법은 중국 당나라 의학서인 신수본초(新修本草), 원나라 말의 묵아소록(墨娥小錄)
등에 기록되어 있으며 중국의 둔황 막고굴의 벽화에서는 10세기 이후 합성 동록이 지배적인 녹색 안료였음을 분석을 통해 밝혀낸 바 있다[28,34].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까지 삼국시대 벽화나 고려시대 불화에서 합성의 염화동 화합물이 발견되지 않았으며 조선시대 초상화나 무속화 등에서 합성 안료의
사용을 확인한 바 있다[28].
4. 결 론
본 연구는 17세기부터 19세기 사이에 제작된 대형불화 32점의 비파괴 분석 데이터를 기반으로 구리 계열 녹색 안료의 광물학적 결정상, 입자 형태,
화학 조성을 종합적으로 비교, 분석하였다. 대형불화에 사용된 녹색 안료는 염화동계(copper chloride compounds)와 염기성 탄산구리
광물인 공작석(malachite)으로 확인되었다. 염화동계 안료는 17세기부터 제작된 모든 불화에서 나타났으며, 공작석 안료는 18세기 이후부터 사용이
확인되었다. 염화동계 안료는 atacamite와 botallackite로 동정되었으며, 이는 XRD와 라만 분광 분석을 통해 식별되나, 상(phase)과
입자 형태, 원소 조성 간의 관계는 명확히 구분이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염화동의 둥근 입자 형태와 Sn, Pb의 검출 등을 미루어 염화 환경에서
금속 기재가 부식되며 형성된 이차 생성물로 해석되며, 자연풍화보다는 인위적 조건에 의해 형성 된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이러한 결과는 조선 후기 회화
문화유산에서 채색 재료의 사용 경향과 그 변화 양상을 이해하고 채색 재료를 해석하는 데 있어 기초 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